Luke Burgis
2021
St. Martin's Press
갱신 2022. 3
'인간은 남들이 탐하는 것을 탐한다.'
자신의 욕망을 들여다보며 이 주장에 동의할 사람이 몇 사람이나 될까? 동의하지 못한다면 자신의 욕망을 들여다본 적이 없거나, 들여다본다 해도 스스로에게 솔직하지 못한 사람일 확률이 높다. 저자는 인생의 공황기에 자신의 욕망이 얼마나 얄팍했던가를 발견하고 반성하며 이 책을 썼다. 소비주의가 기술의 발달에 힘입어 더욱 심화된 현대에는 허영이라는 단어가 취향이라는 단어로 위장해서 활개를 친다. 갖지 않아도 사는 데 아무 문제 없는 물건이나 지위, 관계들을 도대체 왜 우리는 끊임 없이 탐하는지, 그 욕망의 사슬에서 어떻게 하면 벗어날 수 있는지를 탐색하려는 사람이라면 읽어볼만 하다.
소비주의의 근원과 그 폐해를 소비주의보다 더 근본적인 관점에서 명쾌하게 설명한다. 소비주의를 부추기는 마케팅 서적들에선 찾을 수 없을 내용이다.
저자 본인의 절실한 필요로 얻은 깨달음을 적었기에 설득력이 강하다.
저자의 깨달음은 프랑스 학자 René Girard의 특정 학설에 기반을 두고 있으며 이 책의 주장들은 대부분 다른 이들의 것을 인용하고 짜깁기한 것들이다. 그러나 이 책이 표절시비에 얽힐 일은 없어 보인다. 오히려 인용된 이들의 이론과 주장들이 저자 덕분에 더 잘 이해되거나 새로운 맥락으로 읽힌다.
매끄러운 문체와 짜임새 있는 구성 덕분에 읽는 속도도 빨라진다.
저자의 주장에 기반이 되는 학설은 학설일 따름이다. 설득력이 높을 수는 있어도 그게 정답이라는 보장은 없다. (굳이 단점을 꼽자면 그렇다는 말이다.)
독자가 자신의 욕망이 타인의 욕망을 본 딴 것이라는 사실에 동의하지 않는다면 이 책은 그 독자에겐 아마도 가치가 없다. (이것도 단점이라면 단점이려나.)
저자는 독자가 예외 없이 타인의 욕망을 본따고 있다고 확신하며 이 책을 썼다. 그러면서도 책 내용 중에는 남의 욕망을 따르지 않는 이들이 소수지만 존재한다고 기술한다. 독자 중에도 그런 이들이 있을 수 있다는 점은 간과하거나, 혹은 무시한 글짓기인 셈이다. (굳이 꼬투리를 잡자면 그렇다는 거다.)
남을 부러워하지 말라는 게 논지인데 자신의 주장에 설득력을 더하기 위해 저자는 초월적인 부자들(죽을 때까지 몰락하지도 않는 사람들)을 얼굴마담으로 내세운다. 철학적 담론의 가치도 돈으로 평가하는 행태다. 저자의 이 행태는 책의 메시지를 '부자를 부러워하지 말고 부자가 되어라'로 축약시킨다.
'나는 남이 탐하는 것을 탐하는가?'라는 질문을 스스로 해보았다. 처음에는 '아닌데?' 싶었다. 이 책을 읽는 동안 몇 번이고 다시 자문했다. 여전히 답은 '아닌 것 같은데...' 이다. 모로는 스스로에게 솔직하지 않은 사람인 것인가, 아니면 저자가 말하는 소수의 인류인 것인가.
물론 모로도 인간이기에 욕망이 있을 거다. 그런데 모로는 주변 사람들이 탐하는 것을 탐하지는 않는다. 근사한 자동차를 갖고 싶지도 않고 남들이 선망하는 취업을 원하지도 않는다. 남이 갖고 싶다고 생각하는 것에 관심이 안 간다. 소위 잘 나간다는 사람들이 부럽지도 않다. 이게 비정상이려나? 아마도 모로의 욕망은 주변 사람들의 것과 결이 다를지도 모르겠다. 아니면 이 책 저자의 주장처럼 모로도 욕망을 직시하기를 무의식적으로 회피하는 것일 수도 있다. 어떤 경우든 이 책은 소비주의를 탐구하고 있는 모로에게 꽤나 귀중한 자료다. 시간을 들여 세심하고 집요하게 스스로의 욕망을 들여다볼 계기를 제공해주기도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