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enry Petroski
2004
Vintage Books
갱신 2022. 1
디자인이란 건 원래 완벽할 수가 없다. 그러니 사용자들은 디자인물이 가진 문제점들을 너른 마음으로 이해해 줘야 한다. 디자이너들은 바로 그 문제점들을 개선하기 위해 계속 머리를 굴려야 하지만 여기서도 마찬가지로 완벽한 해결책이란 건 존재하지 않는다. 그저 끊임없이 해결책을 찾는 과정이 존재할 뿐이다.
일상용품에 대해 디자이너라는 사람들이 쓴 수필은 많다. 고급브랜드에 대한 허세나 자기자랑으로 소비주의를 조장하는 글들과는 달리 이 책은 매우 건전하고 건설적이다. 저자가 장사꾼이 아니라 공학학자라서 당연한 것일지는 모르겠지만 말이다. 이 공학 학자는 디자인의 속성에 대해 사람들을 가르치려는 목적으로 이 책을 썼지만 논의가 정당하고 근거가 명확한데다가 허세가 없어서 헛소리나 잔소리로 들리지 않는다.
꼼꼼하게 논리를 따지다보니 문장이 길어지고 논의가 지루하다. 읽다보면 이렇게까지 미주알 고주알 주어섬길만한 내용인가 싶다. 머리 속으로만 따져도 충분할 것 같은 내용을 죄다 글로 옮겨놓은 것만 같다. 저자가 말하고자 하는 핵심은 단촐한데 책 한 권으로 쓰려고 문장들을 억지스럽게 늘려놓은 게 아닌가 하는 의심이 들 정도다.
대중적으로 흔히 쓰는 어휘 대신 학자들이 씀직한 어휘가 많은 건 저자의 직업 때문이라고 이해할 수 있다. 하지만 대중더러 읽으라고 쓴 책인데 대중이 흔히 쓰지 않는 어휘를 남발한 건 문제다.
영어 문장이 길고 표현이 다양해서 읽기가 약간 괴로울 수 있지만, 읽다가 욕도 나오지만, 적응하고 극복하면 오히려 영어를 공부하는 데에는 보탬이 된다. 당연하게도.
<디자인 세상>이라는 제목의 번역본이 있는데 원문의 긴 문장들을 축약해서 번역해 놓았다. 덕분에 읽기는 편하지만 원작의 유별난 꼼꼼함이 사라져서 아쉽기도 하다. 번역수준은 딱히 훌륭하진 않다. 저자가 문장을 길게 쓰면서 의미를 헷갈리게 한 탓도 있지만, 번역자가 세심하게 살피지 않고 대강 번역해 버린 탓이 크다. 번역 업계의 관행을 고려하면 그러려니 해야 할 일이다. 그런데 이 번역본은 2004년 Vintage Books의 원서와는 내용구성이 상당부분 다르다. 아직 그 이유를 알아내지는 못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