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rigins of Form: The Shape of Natural and Man-made Things
Why They Came To Be the Way They Are and How They Change
Why They Came To Be the Way They Are and How They Change
Christopher Williams
2013
Talyor Trade Publishing
갱신 2022. 4
자연물과 인공물의 형태가 왜 그렇게 생겼는지를 생물학, 수학, 공학 등을 넘나들며 설명한 책이다. 그 설명이 완전하거나 충분하지는 않지만, 꼼꼼하고 진지한 글과 그림으로 전달하고자 하는 개념을 전달하는 데에는 성공했다고 본다. 문체와 그림체가 특이한데, 이것들 덕분에 마치 BBC 다큐멘터리 한 시리즈를 책으로 읽는 것 같다. 1981년에 처음 출판된 이 책의 내용은 오래되긴 했지만 그때나 지금이나 똑같이 유효하다. 물건을 디자인하는 사람들이라면 읽어봐야 하는 내용이다.
정확히 제목 그대로의 내용이다. 사물의 형태가 어디에서 비롯되었는지 그 원리를 알고 싶은 사람에게는 더도 덜도 없는 내용이다. 하지만 이 책을 다 읽는다 해도 모든 사물의 형태 원리를 전부 파악할 수 있는 것은 아니다. 여러 분야에 걸쳐 인류가 여태껏 연구해온 내용을 형태 디자인의 관점에서 꿰어 설명한 시도에 지나지 않는다. 다만, 이런 시도가 드물고, 시도를 한다해도 이 책만큼 완성도를 높이는 것은 쉬운 일이 아니다.
개인적인 감상을 배제하고 깊이 있는 지식을 바탕으로 사물의 형태 원리를 설명했다. 덕분에 저자의 설명에 신뢰가 간다.
저자가 설명에 동원하는 다양한 분야의 용어들은 이 책에 담긴 지식의 범위를 확장시키고, 의미를 풍부하게 만들어준다.
형태 원리에 대한 설명을 글자로만 할 수 없기에 세밀화를 삽입했는데, 펜으로 그려진 세밀화의 양과 질이 대체로 훌륭하다.
언뜻 중구난방으로 설명하는 것 같지만 차분히 읽다보면 논지가 잡힌다. 집중해서 읽어야 저자가 하려는 말을 이해할 수 있다. 쉽게 읽히는 문체는 아니다.
동원된 용어의 뜻과 그 용어가 속한 분야의 지식을 알아야 저자의 설명이 온전히 이해된다. 다양한 분야를 건드리기 때문에 그만큼 다양한 제반지식이 요구된다. 저자는 학생을 대상으로 책을 쓰긴 했는데 그냥 학생이 아니라 유식한 학생을 대상으로 고른 모양이다. 모로를 비롯해 그렇지 못한 학생들은 열심히 공부해가며 이 책을 읽어야 한다. (이게 괴로울 수 있기 때문에 단점 항목에 적었다.)
저자는 세밀한 그림들로 자신이 글로 하는 설명을 보충하려고 했는데, 각주가 달린 이 그림들은 책을 읽는 흐름을 방해한다. 근본적으로는 그림과 글을 동시에 볼 수 없다는 점이 문제다. 이것은 이 책만의 문제가 아니라 그림을 삽입하는 책들의 공통적인 문제이기도 하다. 글 대신 음성을 쓰는 영상 다큐멘터리라면 이런 문제는 없을 것이다.
형태의 원리를 알고 싶어서 모로가 시도했던 책이 몇 권 있었다. 어떤 것은 발생학 학술서였고 어떤 것은 시지각 연구서였다. 형태미를 개인적 감상으로 기술한 책도 있었다. 이 책은 사물의 형태 원리를 디자인의 관점에서 다른 분야들을 아우르며 정돈을 해 놓은, 모로가 딱 원하던 종류의 내용을 담고 있어 매우 반가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