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obert H. McKim
1980
Cengage Learning
갱신 2026. 6
대학 교수가 학생들에게 아이디어 스케치의 유용함을 가르치기 위해서 쓰기 시작한 책이다. 이 공학과 교수는 아이디어 스케치의 종류와 유용함을 설명하는 것에 만족하지 않고, 그림 그리기 행위를 철학적, 정신분석학적으로 설명하며 그 본질을 파헤치려고 시도한다. 그 결과, 저자의 글은 인류의 창의성과 생산성을 극대화하기 위한 거창한 매뉴얼이 되고 말았다.
그림을 그린다는 것의 의미와 효용성에 대해 명쾌하게 쓴 책을 찾는 독자들에게는 추천하지 않는다. 하지만 이 분야에서 학자들이 무슨 짓을 하고 있는지 궁금한 사람이라면 읽어 볼 필요가 있다.
상당한 분량의 지식이 담겨 있다. 아이디어 스케치를 정신적 활동의 결과물로 보는 저자는 이 정신적 활동에 관한 각종 이론들을 끌어모아 설명했는데, 이 이론들 하나하나는 별도의 독서가 필요하다. 저자가 스스로 그 일을 다 해내고 나서 쓴 책이다.
저자의 설명 중에 설득력과 무관하게 매력적인 것들도 있다. 상상력을 증대시켰을 때 얻을 수 있는 장점이 특히 그렇다. 상상력을 증대시키는 방법까지 상세히 설명할 정도로 저자는 자기 주장을 펼치는 데 거침이 없다.
책 후반부에 다양한 분야의 아이디어 스케치들이 수록되어 있는데, 한 분야에서만 일하는 독자들이 다른 분야 사람들의 아이디어 스케치를 엿볼 수 있는 점은 생산적인 이득이다.
이 대학 교수는 다른 유명 학자들의 말들을 수없이 인용하며 자신이 말하고자 하는 바에 이론적 토대를 쌓았다. 이 토대는 덩치가 크지만 벽돌이나 진흙으로 꼼꼼히 쌓은 것이 아니라, 엄청나게 거대한 모래 알갱이들로 쌓은 것마냥 허술하다.
자기계발서적인 성격이 강하지만 대중성을 구가하기엔 주제가 모호하고 내용도 모호하다. 눈에 보이지 않는 정신적 활동을 심도 깊게, 그리고 여러 가지 각도에서 설명하는데, 압축적인 내용을 단정적인 어투로 끊임없이 쏟아낸다. 추상적 개념과 현학적인 어휘 때문에 독자들이 소화하기가 어렵다. 독자들더러 읽으라고 쓴 책이지만 독자들의 입장을 충분히 고려해서 쓴 책이 아니다.
용어 정의를 충분히 하지 않는다. 이 책의 가장 중요한 개념인 Visual Thinking이라는 용어부터 책 어디에도 명확하게 정의되지 않은 채로 책이 끝난다.
오타는 보이지 않지만 잘못된 단어 사용이 종종 보인다. 저자가 잘못된 단어를 쓰거나 명쾌하지 않은 설명을 하더라도 지적할 편집자가 없었던 것으로 의심된다. 대학 교수가 자신의 수업을 토대로 쓴 학술적인 내용에 출판사 편집부 직원이 딴지를 걸기는 어려웠으리라.
Betty Edwards가 쓴 Drawing on the Right Side of the Brain의 좌뇌 우뇌 기능 구분 내용이 이 책에도 담겨 있다. 그러나 이 내용에 대해 Robert McKim은 훨씬 논리적이고 합리적인 접근을 보여준다. 하지만 McKim은 Betty Edwards를 비판하지 않고 그녀가 쓴 책을 추천까지 한다. 동료의식에서 그러는 것 같기도 하고, 자기 책보다 1년 먼저 출간된 그녀의 책을 꼼꼼히 읽지 않아서 그러는 것 같기도 하다.
1972년에 처음 출간되었고 1980년에 두 번째 판이 출간되었는데, 지금은 미국에서도 구하기가 어렵다. 한국어로 번역된 적도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