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o Munari (English Translation: Patrick Creagh)
2019 (Original 1966)
Penguin Books
갱신 2021. 11
모더니즘이라는 단어를 쓰지 않고 디자인과 예술 분야의 모더니즘을 설명한 책.
20세기 중반 이탈리아의 디자인/예술 업계에서 이름을 알리던 저자가, 자신이 몸 담은 분야에 대해 생각한 바를 에세이 형식으로 썼다. 상당한 시간이 지났지만 저자의 통찰력으로 펼친 견해들은 지금도 공감할 수 있는 것들이다.
20세기 중반 서양 디자인/예술계에 대한 비판을 읽다보면 당시와 지금이 본질적으로 다르지 않음을 알 수 있는데, 저자의 비판의식을 공유하고 있는 디자이너들은 자신들의 뿌리를 확인할 수 있는 기회가 된다. (책을 읽어 나갈수록 저자의 가치관이 모로의 것과 여러모로 흡사함을 발견했다.)
저자의 말투에서 자신감과 확신이 엿보인다. 우회적으로 주장을 펼치는 경우에도 풍자로 읽힐지언정 반박을 회피하려는 비겁한 태도로 읽히지는 않는다.
장점이기도 한 저자의 자신감과 확신에 찬 어투는 거꾸로 그의 주장을 사려깊지 못한 단정으로 만든다. 저자가 비난하거나 찬양하는 내용들은 더 깊은 이해를 필요로 하는 것들이다.
글짓기 차원의 문제도 있다. 내용구성이 산만하고 책 전반을 걸쳐 말하고자 하는 바가 명확하지 않다.
주제어인 디자인과 예술의 개념 정의가 명확치 않다. 책 초반에 저자는 두 개념 사이에 선을 분명히 긋는 듯 하다가도 후반에는 예술작업에 대한 아이디어를 나열하면서 디자인을 예술의 하위개념으로 취급하는 듯한 인상을 준다. 인상만 줄 뿐 분명한 설명이 없다.
이탈리아어로 쓰여진 것을 영국인이 번역했는데, 60년대 쓰여진 영어에 적응하기 쉽지 않다. 그러나 이것이 책 내용을 이해하는 데 큰 장애요소는 아니다.
70년대에 한글 번역본이 나왔지만 지금은 절판된지 오래다.
이 책을 70년대에 (원서로) 읽었더라면 아마 훨씬 높은 평점을 줬을 것 같다. 물론 갓난아기 모로가 이 책을 읽고 이해할 정도로 세기의 천재였다면 말이다.
예술가인 Bruno Munari는 저술활동도 열심히 했는데, 어린이들을 독자로 삼은 책들도 썼다. 그 중에는 완성도가 이 책보다 훨씬 높은 것도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