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d Catmull & Amy Wallace
2014
Random House
갱신 2022. 5
집단의 창의성을 모아 뛰어난 창작물을 내는, 그것도 반복적으로 지속해서 내는 방법에 대해서 저자의 경험과 통찰을 설명한 책. 개개인의 창의력 증진법이 아니라 창의력이 유지되고 고양되는 환경과 조직문화를 가꾸는 방법을 다룬다. 한 줄 한 줄이 '믿습니까!!?'를 외치는 것 같은 여느 자기계발서들과는 달리, 저자가 달성한 성과가 이 책 내용의 신빙성을 보증한다. Pixar의 작품들이 왜 매번 훌륭한지 그 비결이 궁금하다면, 설립자이자 수십년 동안 그 운영을 맡아온 이 책의 저자에게서 답을 들어야 하지 않을까.
창의성이 중요한 자산이라는 명분으로 자신의 비대한 자아를 한껏 부풀리려는 많은 창작자들에게, 이 책은 창의력이 지속될 수 있는 협력 환경을 조직하지 않으면 창작은 커녕 도태될 수 밖에 없다는 걸 깨닫게 해준다. 스스로를 예술가라고 생각하는 이들에게 이런 조언은 잘 먹히지 않을테지만, Pixar의 지속된 성과가 이 조언의 설득력을 강력하게 만들어준다. 같은 메시지를 이 책보다 더 설득력 있게 전달할 수 있는 책이 있을까 싶다.
글이 아주 매끄럽다. 사용된 어휘와 표현은 딱딱한 디자인 전문서들과 달리 쉽고 생동감 있다. 아마도 Pixar 사장 Ed Catmull은 이야기를 제공하고, 언론인이자 작가인 Amy Wallace가 그 이야기를 글로 풀어냈기 때문일 듯 하다. Amy가 저자로 이름을 올린 것은 책을 만드는 협업 과정조차 책 내용의 취지를 살리는 데 기여하도록 만든다.
굳이 단점을 찾자면, 미쿡 엘리트들의 이야기다.
한글 번역본이 있다.
Steve Jobs에 대한 저자의 개인적 친분과 협업에 대한 내용이 책의 상당부분을 차지한다. 심지어 책 머리에는 Steve에게 이 책을 헌정한다는 문구가 있다. 책 뒷부분 후기는 아예 Jobs에 대한 저자의 평가다. Pixar의 초창기 소유주가 Setve Jobs였기 때문에 그에 대한 이야기를 이 책에 적는 것은 충분히 이해된다. 하지만 Jobs의 유명세가 아니었더라면 그에 대해 언급되는 분량은 현저히 적었을 것이 분명하다.
책 표지에 등장하는 Pixar 애니메이션 'Toy Story'의 캐릭터는 지휘봉을 잡고 오케스트라를 지휘하는 듯한 포즈를 취하고 있다. 이것은 Pixar 사장이 어떻게 조직을 이끌었는지에 대한 내용을 담은 책이기 때문일테지만, Steve Jobs가 스스로를 디자이너도, 엔지니어도 아닌 지휘자라고 여기던 것을 연상시킨다.